IT Governance

IT 거버넌스, 비전은 원대하지만 각론이 부족하다

달팽이1 2008. 7. 22. 22:50

IT 거버넌스(Goverance)는 올 IT 업계에서 가장 널리 회자되고 있는 신개념으로 주목받고 있다. IT투자가 빠른 기업의 경우 지난해부터 거버넌스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으며, 일부 금융권에서는 장기 마스터플랜이 수립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시장 반응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IT 업계 역시 향후 주력할 시장 리스트에 ‘IT 거버넌스’의 이름을 빼놓지 않아 큰 기대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거버넌스의 개념이 너무나 모호하고 다양한 개념이 난립하고 있어 향후 시장 전개를 예측하기가 지극히 어려운 단계’라는 지적도 존재하고 있다. 거버넌스가 광의의 개념이고 아직 초기시장이다 보니 한 측면만이 부각된 개념들이 제기돼 시장의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IT 거버넌스가 담고 있는 이상은 현 시점에서 고민되어야 하는 여전히 유효한 이슈라는 것이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주목을 끌고 있는 IT 거버넌스가 올해 들어 더욱더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올해 금융권을 비롯해 IT 투자에 적극적인 기업들은 예외 없이 거버넌스를 올해 주요 검토과제로 삼고 있다. 컨설팅 업계를 중심으로 관련 업계 역시 올해 초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연초에 한국정보산업연합회는 ‘IT 거버넌스 : IT와 비즈니스의 전략적 연계’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거버넌스 시장이 △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EA) △ 컴플라이언스 △ IT 프로세스관리 △ IT 투자성과관리(ROI) 등 4가지 시장을 중심으로 약 5,000억 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러한 구체적인 전망과 달리 실제 IT 담당자들은 거버넌스에 대해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명확한 정의가 무엇인지, 과거 유사한 개념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에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IT부서가 힘 있는 조직도 아닌 상황에서 지배구조(Goverance)라는 단어가 과연 적합하기는 한 것인가?’라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거버넌스가 기존의 개념을 새로이 포장한 컨설팅 중심의 개념, 즉 ‘현실과 많이 동떨어진 개념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굳이 우리말로 풀이하면 지배구조 정도로 해석되는 거버넌스는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IT 거버넌스에 대한 견해가 다양하듯이 그 정의 역시 다양하다. 통상적으로 IT 거버넌스는 IT 조직의 가시성을 확보하고 의사결정에 이를 반영할 수 있는 내부조직 체제 및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것쯤으로 정리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그동안 IT 조직에서 이뤄졌던 각종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관리 기법들이 체계적이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이를 제도적, 시스템적으로 보완코자 하는 접근이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목소리가 크거나 가장 두꺼운 자료를 제출한 순으로 투자 우선순위가 결정되었다면 이제는 명확한 투자 근거와 당위성을 수치로서 제시하라는 것이 IT 거버넌스의 주문인 것이다.

이에 따르면 IT 거버넌스 영역은 아키텍처 수립부터 정보화 구현, IT서비스 지원, IT 모니터링 등의 광범위한 영역을 모두 포괄하고 있으며 시스템, 인력, 프로세스 등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EA/ITA 등의 계획수립, 운영 관리체계(ITSM), IT ROI, 조직 컨설팅, 아웃소싱, SLA(서비스 레벨 협약), IT 자산관리, 리스크 관리 등이 모두 IT 거버넌스의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거버넌스에서 말하는 리스크 관리는 프로젝트 리스크, 투자 리스크, 인력 등을 의미한다.

 

  이처럼 IT 거버넌스는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르고 있어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고 이는 다시 실효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 IT 담당자 입장에서 IT 거버넌스의 영역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그들이 간과해온 영역은 거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러한 과제 해결을 위해 고심해왔고, 최적의 방법론과 프로세스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해온 분야들인 것이다. 단지 이를 하나의 통합된 관점과 체계로 접근하지 못했을 뿐이다. IT 담당자들이 IT 거버넌스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종금증권 정인수 상무는 “IT 거버넌스에 관한 업계의 해석이나 일반기업들의 기대 수준이 모두 제각각이라 무엇이라고 정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존에 해오던 활동에 IT 거버넌스 부문이 녹아들어 있어 명확한 트렌드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IT 담당자들과 IT 거버넌스간에는 이 같은 간극이 일부 존재하고 있으나, IT 거버넌스는 확고부동한 명분에서 당위성을 확보하고 있다. IT 조직의 투명성 확보와 가시성 제공이 그것이다. 향후 IT가 어떤 변화를 겪는다 하더라도 이 부분은 결코 피해갈 수 없는 부분으로 IT 거버넌스의 가장 확실한 원군이다. 더군다나 비즈니스와 IT의 상호 의존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IT 거버넌스는 그 영향력이 점점 커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IT 담당자들의 조심스런 접근은 시장의 확산과 논의의 심화에 따라 긍정 검토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 것으로 보인다.

<이강욱 기자 wook@com-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