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두 바퀴의 자유’ 일산 호수공원~헤이리 자전거 여행

달팽이1 2008. 6. 10. 23:44
‘두 바퀴의 자유’ 일산 호수공원~헤이리 자전거 여행
입력: 2008년 06월 05일 17:05:17
자전거를 타고 헤이리에 다녀왔다. 일산 호수공원에서 헤이리까지 왕복 50㎞. MTB를 타고 간 게 아니라 생활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그게 가능하느냐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가능하다. 생활자전거도 자전거다. 사실 산악자전거에 도전하고 싶지만 값이 만만치 않다.

자전거 동호인들에게 물으면 ‘탈 만한 것’이라고 소개해주는 게 150만원 이상 200만원대였다. 심지어 1000만원대 자전거도 있단다. 좋은 자전거는 일단 취미를 붙인 뒤 생각해보기로 했다. 먼저 자전거 타기가 만만한지 50㎞ 코스에 도전해봤다. 이번에 가지고 간 자전거는 4년 전 12만원 주고 할인매장에서 산 접는 자전거다.

생활자전거로 왕복 50㎞

■ 호수공원 분수대~이산포IC : 40분

인터넷 자전거 동호인모임 회장인 동료에게 코스 추천을 받았더니 호수공원~헤이리 코스를 추천했다. 왕복 50㎞로 높낮이가 거의 없는 도로라고 했다. 자전거 타는 사람은 다 알 정도로 좋은 길이라고 했다.

오전 9시30분 출발. 처음엔 쉽다. 인도 옆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붙어있다. 사람도 별로 없다. 킨텍스를 지나 한국교통연구원과 한국시설안전공단을 지나니 등에 식은땀이 난다. 자전거 도로는 없고, 인도는 좁았다. 그나마 인도 한 가운데 안내표지판 기둥과 가로등 기둥이 박혀있어 이리저리 피해가야 했다. 옹벽 옆에 심어놓은 나무들은 인도로 삐죽 튀어 나왔다. 자전거는커녕 한 사람이 걷기도 불편한 길. 결국 자전거를 끌고 차도로 내려왔다.

이산포IC 앞에서 자전거를 세워두고 길을 찾았다. 앞에 보이는 찻길은 자유로 진입로. 자유로는 자전거는 물론 오토바이 같은 이륜차도 들어갈 수 없다. 자동차 전용도로다.

오래된 시골길 달리는 기분

■ 이산포IC~자유로 휴게소: 40분

미리 그려간 약도를 펼쳐보고 자전거까지 세워둔 채 두리번거리다 결국은 길을 찾아냈다. 자유로와 나란히 뻗은 샛길이 동호인들이 애용하는 자전거도로다. 자유로는 제방에 길을 낸 것인데 그 제방 아래쪽에 시멘트 길이 있다. 길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단지 승용차가 드물다는 이유로 인기있다. 오른쪽으로는 논과 자그마한 공장, 낚시터 등이 보였다. 왼쪽은 자유로 옹벽이다. 오랜만에 페달을 실컷 밟았다. 오래전 시골 제방길을 달리는 기분이 들었다. 풍광으로만 따지면 아름답지도, 어디 내세울 수도 없는 길이지만 방해받지 않고 오로지 바퀴를 돌린다는 느낌이 좋다. 이게 자전거의 매력인가? 시큰한 시궁창 냄새가 배어있던 곳도 있었지만 때론 풀 냄새도 향긋하게 묻어왔다.

속도를 늦추니 꽃이 보인다

■ 자유로휴게소~곡릉천: 1시간

무릎이 뻐근해질 무렵 자유로 휴게소에 도착했다. 자유로 휴게소는 자유로에서도 진입할 수 있고, 자전거길에서도 진입할 수 있다. 예순을 넘긴 제법 나이든 자전거 동호인 셋이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기자의 생활자전거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들은 “날도 안좋고 비가 올 것 같아 다시 일산쪽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동호인 한 명이 농처럼 던진 한마디. “비싼 자전거 비 맞으면 곤란하잖아!”

휴게소를 나오면 파주 출판단지. 출판단지는 축제 중이었다. 8일까지 계속되는 꽃축제로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들판 한가득 펼쳐진 꽃을 보자 꽃밭 사이 임도도 한번 타보고 싶어졌다. 꽃밭을 두리번거리다 다시 페달을 밟았다. 승용차를 몰고 달릴 때는 몰랐는 데 속도를 늦추니 꽃이 보였다.

곡릉천은 하천이 바다로 빠지는 접점이다. 서해안의 곰소개펄과 비슷하다. 진흙이 하천 옆에 쌓였고, 그리 넓지도 좁지도 않은 물길이 열려있다. 곡릉천 일대는 소설가 김훈이 “자전거 타고 자주 논다”는 곳이었다. 곡릉천은 철조망으로 싸여있다. 하천까지 철조망으로 ‘체포’해버린 곡릉천. 그저 씁쓸하다.

‘울퉁불퉁’ 돌 투성이 비포장 도로

■ 곡릉천~헤이리: 30분

곡릉천을 지나 자유로 옹벽 구멍으로 난 비포장길이 코스다. 비포장길은 100m 정도. 짧았다. 그래도 왠지 조심스럽다. 산악자전거라면 바퀴도 튼튼할 터이지만 생활자전거는 타이어가 얇아 펑크라도 나면? 자전거를 들고 갈 수도 없는 노릇. 아찔하다. 날카로운 돌조각을 피해가며 조심스럽게 달렸다. 비포장 다음은 아스팔트 폐도. 포장한 지 오래돼 푹 꺼진 곳이 많았다. 울퉁불퉁했다. 군인들이 철조망 근무를 하기 위해 지프를 타고 다녔다. 폐도는 인도와 붙어있다가 오두산 통일 전망대 진입로 앞에서 끝난다.

“자전거 탈 데가 별로 없어요. 세상에 이게 길입니까. 길이 이러니까 자전거 동호인들이 차도로 올라서는 겁니다.” 길에서 만난 자전거 동호인 3명. 개인택시를 한다는 이태교씨(57)는 8년째 자전거를 탄다고 했다. 그는 한강 고수부지도 자전거길로 형편없다고 했다. 자전거길은 사람 다니는 길과 자전거 다니는 길이 완전 분리돼야 하는데 두 길이 섞여 있단다.

“인라인스케이터, 자전거 동호인, 마라토너가 뭉쳐 달리면 사고 안나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죠. 이 길도 중랑천길 다음으로 좋다고 하는데 이 모양이니 국내 자전거 길 수준은 형편없는 겁니다.”

그는 자전거 길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흥분했다. 제2자유로 공사가 시작되면 그나마 이 길마저도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그가 자전거를 타는 이유는? 척추 디스크가 완전히 나았단다. 동료 이상호씨는 혈압이 낮아졌다고 거들었다.

온몸 뻐근해도 마음은 상쾌

■ 헤이리~일산호수공원: 3시간

헤이리까지는 생활자전거로도 별로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은 여간 고되지 않다. 맞바람이 부니 시원하기보다는 페달을 밟는 게 고역이다. 힘이 부친다.

헤이리 가는 길은 부드러웠지만 일산으로 돌아오는 길은 퍽퍽했다. 근육들이 탱탱 부어오르는 것 같고, 관절이 삐거덕 소리를 낼 것처럼 버거웠다. 왜 여길 달리려고 맘 먹었을까 후회가 앞섰지만 막상 호수공원에 도달하니 50㎞ 왕복 자전거여행을 했다는 게 뿌듯하다. 자전거, 묘한 매력이 있다. 집에 문자를 보냈다. “아빠, 성공했어. 정말이라니까!”



▶여행길잡이
자유로 제방 아랫길 직진…안장 낮으면 종아리 부담

■ 자전거 코스

코스가 헷갈리는 곳이 조금 있다. 무조건 자유로 제방 아랫길이라고 생각하고 달리면 된다. 호수공원에서 킨텍스를 지나 교통연구원 앞에서 좌회전해서 이산포IC 앞까지 간다. 인도가 없고, 농진로, 화이로라는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서 다리를 건넌다. (하수종말처리장 지하차도 앞) 다리 건너자마자 좌회전해서 둑방길로 간다. 둑방길에서 다시 왼쪽 다리를 건너 자유로 옆에 있는 시멘트 포장길로 진입한다. 곡릉천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우회전해 철교를 넘은 뒤 다시 좌회전, 제방 옆길로 달린다. 여기서 5~10분 정도 달리면 ‘세계 속의 파주 G&G’라는 표지판 앞에 제방 구멍 사이로 비포장길이 보인다. 이 길이 헤이리 가는 길이다. 오두산 전망대 입구를 지나 계속 달리면 사거리. 사거리를 지나면 헤이리 입구다.

■ 자전거타기 요령

다리를 쭉 폈을 때 약 15도 정도 구부러질 수 있도록 안장을 높여라. 안장이 낮으면 종아리 힘으로 타게 된다. 그러면 더 힘들다. 페달은 발가락 아래 넓은 부분이 중앙에 오도록 한다. 기어가 있는 자전거의 경우 저속 기어로 달려야 한다. 그래야 힘이 덜 든다. 처음부터 고속 기어로 달릴 경우 무릎이 상할 수 있다.

펑크가 났을 경우를 대비해 콜택시 번호를 알아두는 것도 방법. 초보자는 자전거 펑크를 때우기가 쉽지 않다. 주말이면 자전거 동호인들이 많으니 도움을 청하라. MTB 동호인들은 간단한 펑크수리 기구와 에어펌프를 지니고 다닌다. 될 수 있으면 두 사람 이상이 동행하라.

■ 준비물

땀을 잘 배출하는 긴팔옷과 긴바지가 좋다. 반드시 헬멧을 쓰자. 안전이 최고다. 동호인들이 고글을 쓰는 이유는 파리나 날벌레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선글라스라도 준비해가자. 자유로휴게소에서 물과 초콜릿바 등을 살 수 있다.

■ 생활자전거와 산악자전거

무게, 견고성, 굴림성이 다르다. 산악자전거는 무게가 가볍고 견고하다. 거리가 짧으면 생활자전거나 산악자전거는 별 차이가 없지만 거리가 길면 생활자전거가 훨씬 힘들다. 생활자전거는 확실히 레저용은 아니다. 그래도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하다. 일단 취미를 붙이고 나서 레저용 산악자전거를 구입해도 늦지 않다.

■ 헤이리 주변

헤이리 가이드 투어도 있다. 전동차를 타고 돌며 작가의 작업실과 건축물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으로 1인당 5000원이다. 010-7119-5572. 헤이리 1번 게이트 인근에 통일촌 장단콩 두부마을(031-945-3370)은 파주 장단콩으로 두부를 만드는 마을이다. 된장찌개와 청국장이 각 8000원. 헤이리 내에서도 자전거를 빌려준다. 2시간 기준 5000원이다.

추천 자전거 여행서적

■ 행복한 자전거여행

서울과 수도권의 자전거 타기 좋은 길 52개 코스를 소개했다. 각 코스에 대한 본문만 본다면 그닥 주목할 만한 책은 아니다. 각 코스 본문 뒤에 붙은 가이드가 꽤 좋다. 각 코스별로 시간과 경사도 등을 분석해 도표를 붙였는데 이게 쓸 만하다. 자전거 코스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유용하겠다. 어디를 어떻게 달려야할지를 가르쳐준다. 김병훈 지음. 터치아트. 1만5000원


■ 대한민국 자전거여행

동아일보 사진기자 출신의 신석교 최미선 부부의 전국 자전거 기행기다. ‘행복한 자전거여행’이 수도권 판이라면 이 책은 전국판이다. 신석교씨는 “자전거를 타면 꽃향기와 새소리까지 듣게 된다”며 여행지를 더 잘 알게 된다고 했다. 주민들과 말도 붙이며 정을 쌓을 수도 있단다. 두사람은 45일 동안 3000㎞를 자전거로 달렸다. 정보서라기보다 여행수필에 가깝다. 북노마트. 1만3800원

<글 최병준·사진 김세구기자 b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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