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와 `디버전스`
박재준 모츠 대표
지난 주 한 IT기업의 개발팀장으로 있는 친구와의 대화 도중 "사실상 모든 디지털 기기는 PC가 그 어머니다. PC의 일부 기능을 추출하여 휴대가 용이하고 값싸게 소형화하고 경량화 시킨 전용기기라는 것이 디지털 기기"라는 말을 들었다. 이 말도 일리가 있는 것이 MP3플레이어도 따지고 보면 PC 상에서 듣던 MP3 같은 디지털 음악파일을 휴대하며 들을 순 없을까 하는 요구에서 출발해 개발된 기기가 아닌가? PMP는 여기에다 동영상 파일 구현 기능에 대한 요구가 더해져 개발된 것이듯 말이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능적 요구들의 충족을 위하여 디지털 기기는 점점 더 많은 기능을 포함하는 방향, 즉 컨버전스라는 큰 줄기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보는 것이 대세이다. 그리고 이런 진화를 통하여 디지털 기기는 점점 더 자신의 모태인 PC로 접근해 나갈 것이다.
여기에 적정한 인식, 입력 장치, 기능 지원 보조 모듈과 휴대용 전원 공급 방식에 대한 문제만 극복한다면 디지털 기기는 곧, 소위 갖고 다니고(포터블), 입는(웨어러블) PC로 대체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요소가 한 가지 있다. 20세기 후반부터 북유럽을 중심으로 선진국 일대에서 일고 있는, 복잡한 문명과 삶의 디지털화를 거부하면서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다. 물론 아직 소수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단순의 미학을 추구, 그들만의 요구를 표방하면서 그 목소리를 점차 키워가고 있고, 이에 맞춘 니치마켓이 무시 못할 크기로 성장하고 있다.
해외출장을 가서 독일에 머물 때, 숙소에서 인상적인 물건을 본 적이 있다. 세탁기가 한 대있었는데 기능이라고는 온(ON), 오프(OFF) 스위치와 타이머 다이얼이 전부였다. 하지만 옷을 세탁하는 본연의 기능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독일에 주재원으로 체류중인 후배에게 물어보니 그게 독일 일반가정에서 쓰고 있는 세탁기 형태라고 했다. 버튼만 10개가 넘는 우리집 세탁기하고는 한참 차이가 났다. 그들의 내심은 기능이 복잡하면 고장이 잘 난다는 불안함과, 작동을 위해서 매뉴얼을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깔려 있을 지 모르지만, 실생활에서 단순함을 추구 하는게 어떻게 보면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이 만드는 제품들을 보면 하나같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기능을 다 쓰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기능을 익히기 위해서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은 너무 큰 것이 아닐까? 디지털기기는 복잡하고 어려워야 첨단 제품같지만 실상 기능과 디자인을 단순화하는 것이 훨씬 고도화된 제조기술이다.
제품 본연 기능만을 채택하고, 근간에서 벗어나는 부가적 디지털 기능들은 최대한 배제된 제품, 즉 디버전스가 또 다른 대세를 이룰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법이다. 즉 MP3플레이어가 그 태동이 디지털 코드화된 음악 파일의 재생(디코딩)이라는 PC의 일부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만든 휴대용기기라 한다면, MP3 플레이어는 그 본연의 가치인 음악파일의 재생만으로도 존재의미를 만족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미주에서 MP3플레이어란 명칭보다 더 친숙한 `아이팟'의 존재다.
`컨버전스'와 `디버전스'가 언급되면 항상 생각나는 화두가 `제품'과 `상품'이다. 제품의 관점에서 보면 첨단기능과 복합기능을 가지고 있는 기기가 우선이겠지만, 그 `제품'이 시장에서 항상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단순기능과 실용적 아름다움을 갖춘 기기가 시장을 지배하는 `상품'이 되곤 한다. 대한민국의 IT기기는 그동안 `컨버전스'에 매달렸고 적지않은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작용과 반작용이 있듯이 이제는 단순함의 미학 또는 알짜배기의 가치를 추구하는 `디버전스'에도 눈길을 돌릴 때이다. 어떻게 보면 그 길이 현재 어려움에 놓인 벤처기업의 생존법일지도 모른다
[출처] `컨버전스`와 `디버전스` |작성자 정신차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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