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P

직무관리와 경력개발

달팽이1 2008. 8. 2. 00:21
인사담당자들의 고뇌

우리에게 잊혀지지 않을 상처로 남아 있는 IMF 외환위기, 그 때를 회고하면서 혈압이 상승하고, 맥박이 빨라지지 않을 한국 기업의 경영자들이 몇 명이나 될까? 그러나, 그런 아픈 기억만큼 경영자들이 얻은 교훈도 만만치 않다. 많은 경영자들은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과 함께 선진적인 내부 운영 Infra를 갖추지 않으면 Global 경쟁체제에서 살아 남기 힘들다는 위기 의식을 느끼게 되었다. 기업 내부의 인적자원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다. 이른 바 Best Practice라고 일컬어지는 서구의 인사제도와 시스템들이 무차별적으로 소개되었고, '연봉제'와 '성과 평가', '핵심인재 육성', '역량 중심의(Competency Based) 인사' 등이 주요 화두가 되었으며, '성과주의'나 '성과관리'라는 단어는 거의 모든 기업의 신년사에 등장했다. 경영자들의 이러한 관심은 곧바로 인사부서의 핵심 추진 과제들이 되었다. 하지만, 한국 기업에서 이러한 과제들을 풀어내기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은 실무 인사 담당자들이 새로운 인사 Trend를 따라 잡으려 노력했지만, 노력에 비해 성과를 거둔 기업들은 많지 않다.

어떤 인사가치체계를 선택할 것인지부터 결정하라.

한국 기업들이 선진 인사제도를 적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인사부서의 역량이 모자라서 또는, 매우 접근하기 어려운 과제들이어서 라기보다 몇 십년 동안 한국 기업들이 유지해 왔던 인사 가치체계와 근본적으로 다른 토대 위에 있었던 서구 기업들에게서 발전되어 온 인사제도와 개념들을 그대로 적용하려 했던 데 있어 보인다. 연공서열에 의한 질서를 중시하는, 사람 중심의 인사제도를 운영해 온 한국 기업들에게 직무(Job)에 기초하여 운영되어 온 서구의 인사제도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 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연공서열에 기초한 인사가치체계의 가장 큰 특징이 회사에서의 근속년수와 직무경험에 따라 개인의 능력이 상승하고, 회사는 이러한 능력의 상승에 대해 보상을 하는 것, 즉, 근속년수의 차이에 기초하여 보상을 하는 것이었다면, 직무에 기초한 인사가치체계의 특징은 직무들의 상대적 가치에 기초하여 보상을 하는 것에 있다. 이러한 인사가치체계가 중요한 이유는 어떠한 인사가치체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세부적인 인사 제도들의 구체적인 모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공서열에 기초한 인사가치체계 하에서는 근속년수에 따라 집단적이고 일률적인 임금인상 위주의 보상과 연공서열에 따른 승진 및 보임 기회 부여, 내부 직원들간의 평등을 보다 중시한 인사제도들이 운영되는 반면, 직무에 기초한 인사가치체계 하에서는 조직 내 존재하는 직무들의 상대적 가치에 따른 보상 및 명확히 정의된 직무들에 기초한 평가, 보상, 경력개발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직무 중심의 인사가치체계가 요즈음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성과주의 인사'의 실현에 있어 보다 효과적이며, 여러 인사제도들의 통합적인 운영 기초로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과주의 인사'는 개인의 성과에 기초하여 차별화된 보상을 실시하며, 이를 통해 개인과 조직의 성과향상을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연공중심의 인사제도 하에서는 개인에게 요구되는 성과를 명확히 제시하기 어렵고, 직무의 가치가 보상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과에 의한 보상 차등을 강조하기 때문에 내부 형평성을 확보하기가 힘들다. 호봉제를 쓰다가 연봉제로 전환한 기업들이 실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직무 중심의 인사가치체계 하에서는 명시적인 직무별 책임과 요구되는 활동들에 기초하여 직무별로 보다 명확한 성과 평가 기준들을 마련할 수 있으며, 직무가치에 따라 설계된 직무등급체계를 통해 보상의 내부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고, 유사한 직무가치를 갖는 직무등급의 보상 수준이 시장 내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갖는지를 확인함으로써 보상의 외부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초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직무라는 기초 하에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과 역량수준을 도출하여 해당 직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들을 채용하거나 선발할 수가 있으며, 역량이 부족한 현재의 직무 수행자들이나 앞으로 그 직무를 수행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부분의 역량개발이 필요한지를 보다 명확히 알려줄 수 있어 종업원들의 역량개발과 경력개발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체계적인 직무관리로 직무 중심 인사의 토대를 쌓아라.

체계적인 직무관리는 직무 중심 인사시스템의 토양이다. 직무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평가, 보상, 경력개발 등의 인사제도들의 개선에만 집중하게 되면 부분최적화에 그치거나 사상누각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직무관리는 일반적으로 직무기술서 관리, 직무분류, 직무평가(Job Evaluation)로 이루어진다.
직무기술서란 해당 직무의 목적과 주요 책임, 자격 요건 등을 규정해 놓은 것으로 직무수행자가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업무의 범위, 책임의 정도 및 개인이 요구받는 역할에 대해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직무기술서의 작성을 위해서는 해당 직무와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자격요건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수집, 분류,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무정보는 일반적으로 설문이나 Focus Group, Interview 등을 통한 직접적 직무수집방법을 활용하나 조직도나 Work flow, 선진기업들의 직무분석 자료 등을 통한 간접적 직무수집방법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직무분류란 업무의 본질적인 특성이나 요구되는 기술, 지식, 경험 등이 유사한 직무를 묶어서 직군, 직렬 등의 형태로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작업으로, 직무분류체계는 크게 회사의 경력개발의 기본틀이 된다. 효과적인 직무분류를 위해서는 회사의 경영전략과 향후 경력개발방향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의 기능은 미약하지만, 회사의 장기적Vision 및 중장기 사업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직 역량이나 핵심 기술들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육성이 필요한 직무군을 분류해야 할 필요도 있으며, 경력개발체계를 염두에 두고 직무간 이동의 가능성이나 필요성도 고려해서 설계되어야 한다.
직무평가란 다양한 직무들의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 분석하는 공식적이고 체계적인 평가과정이다. 직무평가는 직무의 절대적 가치에 대한 점수를 부여하는 작업이 아니라, 회사 내 존재하는 직무들의 상대적인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다. 즉, 회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직무일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직무평가점수를 얻게 된다. 이러한 직무평가 결과를 통해 유사한 직무가치를 갖는 직무들을 그룹화하여 직무등급체계를 수립하는 데, 이 직무등급체계에 따라 기본급 체계가 결정된다. 즉, 직무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직무 그룹으로 이루어진 직무등급이 하위 직무등급에 비해 더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됨으로써 직무가치에 따른 보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최근에 이르러 직무에 기초한 인사가치체계를 운영하는 기업들에게도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직무 자체에 대한 가치만을 고려하였던 것에서 직무수행자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강조하는 직무역할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위 직무들의 가치에 따른 직급을 지나치게 세분화하기보다는 유사한 가치를 가지는 직무들을 크게 묶는 이른바 'Broadband'형의 직급체계를 운영하는 추세다. 이는 '직무 중심의 인사'라는 큰 틀은 유지하되, 성과에 따른 보상차별화를 강화하고, 보다 유연한 인사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체계적인 직무관리는 경력개발제도설계의 기초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력개발을 '회사의 필요에 의해서나 개인의 경력목표 달성을 위해 회사가 기계적으로 종업원들의 경력경로를 설계해 주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경력개발 제도를 운영하는 가장 큰 취지는 종업원이 자신의 경력 목표 달성을 위해 역량개발 노력을 함으로써 개인의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회사는 미래 조직에게 유용한 자원을 확보함으로써 조직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체계적인 직무관리는 경력개발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 있어 매우 유용하다. 체계적인 직무관리를 실시하고 있는 선진 기업들의 경력개발제도의 전형은 이렇다. 직무별로 요구되는 역량 - 물론, 이 역량에는 회사의 비전이나 전략에 따라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가치도 포함된다 - 과 역량수준을 종업원들에게 명확히 제시하여 주고, 역량에 따라 다양한 역량개발기회를 부여한다. 종업원들은 자신의 경력 목표가 어느 직무인지를 확인하고, 그 직무가 요구하는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 회사는 해당 직무를 수행할 사람을 선발해야 할 시점에 그 직무가 요구하는 역량수준을 가장 잘 갖춘 사람을 선발한다.
그 예로 GE의 경력관리 제도를 살펴볼 수 있다. GE의 경력개발제도는 자기주도적 경력개발 방식에 초점을 두고 있다. 회사는 사내의 모든 직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철저한 멘토링(Mentoring)에 의해 직원들은 매니저로부터 자신의 경력개발에 대한 조언을 얻는다. 직원은 자신이 이동하고자 하는 직무에서 요구되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개발방법 및 교육과정의 정보를 받아 자기 스스로가 자신의 역량을 키워 나간다. 또, 성과 피드백과 코칭을 통하여 직원과 매니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빈도를 늘리고, 다시 360도 평가를 통해 매니저의 부하개발 책임을 독려한다.
경력개발제도는 회사의 전략이나 Vision, 기업문화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설계되고 운영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선진 기업들은 매우 복잡한 경력경로를 그리는 데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경력개발제도 운영의 큰 틀만을 제시하고 종업원들이 자율적으로 경쟁을 하여 경력목표를 달성하도록 유인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인사가치체계에 우열이 있는 것은 아니고, 반드시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가치체계가 낙후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직무에 기초한 인사가치체계의 선택을 통해 '성과주의 인사의 실현' 및 '역량개발', '경력개발' 등 현재 인사 분야에서의 도전 과제들을 보다 통합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직무에 기초한 인사가치체계 속에서 평가, 보상, 경력개발 등 인사관리 제 영역들을 효과적으로 연계시키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직무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출처] 직무관리와 경력개발|작성자 엄마곗돈

 

 

 

'CDP'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지털 지식기반사회에서의 경력개발  (0) 2008.08.12
경력개발 10계명  (0) 2008.08.02
경력개발과 경력계획  (0) 2008.08.02
경력개발과 멘토링제도  (0) 2008.08.01
경력개발 IT시스템이 갖춰야할 기능  (0) 2008.06.12